어린시절 누구에게나 미래에 대한 생각은 막연한 듯이 보인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포부를 들어 볼라치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보면 그러한 황당함이 어린이들의 순수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자 역시 이러한 황당함이 당연한 듯 미래를 꿈꾸고 있었는데, 나의 꿈은 장군이었던 것 같다. 이순신이나 강감찬등의 역사속의 인물들에 대한 전기를 읽으면서 그들처럼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전쟁에 나가서 승전보를 가지고 귀환하여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말이다. 그런데 그 꿈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2 학년때 우리 집에도 텔레비젼이라는 것이 생겼고, 그 때까지 텔레비젼을 보기 위해서는 이웃집에 가서 신세를 져야 하는 처지여서 우리집에 들여온 텔레비젼은 엄청 귀한 보물같은 것 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텔레비젼은 거의 내 소유가 되다시피 했었다. 물론 아버지께서 귀가 하시면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는 이인자 였지만 말이다.^^ 그 때 아버지께서 빼놓지 않고 보셨던 9 시 뉴스는 지금도 대를 이어서 시청하는 가정이 많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텔레비젼을 보면서 가장 신기해 했었던 것은 바로 만화영화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텔레비젼안에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주위의 어른들이나 형,누나들을 통해서 들은 바 있었는데, 만화영화가 어떻게 제작되는지는 아는 사람이 별로없었기 때문에 필자의 호기심은 더 했었던 것 같다. 이 시기의 만화영화가 어떤 것 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톰과 제리, 마이티마우스등의 디즈니 만화와 마징가Z, 메칸더V등의 로보트 만화가 대표적이었다고 생각한다.특히 디즈니만화의 경우 AFKN을 통해서 주말이면 오전 시간에 거의 한시간 씩 방영을 했었는데, 텔레비젼 채널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채널을 중학생이 되어서도 즐겨 본 것 같다. 이 외에도 캔디,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등 수많은 만화영화들의 열성적 팬이었다.
흔히 얘기 하는 만화책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이 시기에 소년잡지-새소년, 소년동아등-라고 하는 것이 있었어 거기에 연재 되던 만화가 있었는데, "주먹대장", "꺼벙이", "강가딘" 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이 잡지는 만화가게에서 볼 수도 있었고 이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친구들에게 빌려 볼 수 도 있었다. 만화가게에서 즐겨 본 만화 가운데는 독고 탁, 구공탄등이 기억에 새롭게 느껴진다. 그때 까지만해도 만화는 그림을 그려서 책처럼 넘겨가면서 보는 것이라 생각 했었는데, 텔레비젼을 통해서 보는 만화영화는 그저 신기 할 따름이었다.
요즘 다시 주목 받고 있는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 V" 는 초등학교 5 학년때 알려진 것 같다. 뉴스와 신문등에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만화영화를 만드는 기술이 외국을 따라가지 못하는 시기였는데, 우리나라 자체에서 제작 되어진 장편 만화영화라고해서 이를 제작한 김청기 감독과 제작 과정등을 담은 다수의 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면서 집중적으로 다루었졌던 것 같다. 그 중 이를 제작하는 방법을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다룬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만화영화의 제작 과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이시기에 공개 되었던 것은 쉘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이었다. 비슷한 사진들을 여러장 그려서 이 그림들을 빠르게 넘겨보면 그려진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는...그래서 연습장이나 노트에 원이나 간단한 그림들을 그려서 윗 장을 연필이나 볼펜등으로 돌돌 말아서 오므라 들게 해 놓고 그 끝을 연필로 누른다. 그러고 나서 오므라 드는 쪽으로 연필을 당기면 윗장의 그림이 오므라 들면서 아래의 그림을 보여주고, 다시 연필로 오므라진 그림을 펼치면 윗장의 그림이 보여게 되는데, 이렇게 빠르게 반복하면 진짜로 그려진 그림이 움직이는것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신기한 것 이었다. 이러한 장난들을 치면서 내그림이 더 낫다는 친구들과 내것이 더 재미있다는 친구들의 기막힌 장난을 보면서도 어떻게 그 많은 그림들을 그릴 수 있는지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다.
특히, 로보트 태권V는 순수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최초의 만화영화로 기억하고 있는데,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었고, 텔레비젼을 통해서 본 것은 그 후 몇년이 지나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명절이면 특집 프로그램들을 하면서 어린들을 위한 만화영화도 빼놓지 않았던 터라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로보트태권V도 그 중 하나로 편성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영화로도 텔레비젼으로도 본 로보트 태권V는 그렇게 달라보이지 않았었다. 다만, 내 호기심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텔레비젼에서 이를 방영한다고 하면 어김없이 찾아서 몇 번이고 봤었다. 누나들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저번에 본 거 또 본다고.....
텔레비젼을 통해서 본 만화영화에 대한 호기심은 성인이 되어서도 멈추어 지지 않는다. 제작을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없는지, 그림을 조금 더 편하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등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만화영화도 줄기차게 보았지만 만화영화를 주제로 다룬 프로그램- 다큐멘타리등 -들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하지만, 그 방법들을 쉽게 찾을수는 없었고, 기존에 알려진 방법들은 내게 너무 많은 요구를 하고 있어 쉽게 접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틈만나면, 연습장등에 그림을 그려서 만화의 한 컷들을 구성해 보았지만 신통치 않았고, 잘그렸다고 해도 이어나갈 스토리가 없었다. 갈수록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들이 신기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시기 만화는 내게 있어 무한한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만화가는 막연한 꿈이 되고 있었다.